농가·장애인과 함께 ‘꽃’보다 아름다운 얘기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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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소연 작성일23-02-28 11:45 조회2,39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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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규 기자. 기사입력2023-01-18 10:01
㈜플립의 박경돈 대표가 작업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플립의 박스는 코팅하지 않아 빠르게 분해되고, 생화 포장지는 180일 이내 생분해되는 환경부 인증 포장지를 사용한다. ©중기이코노미
사회적 메시지 전령사 ‘정기배송 꽃’…㈜플립 박경돈 대표
생화 정기배송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플립(FLIP)은 ‘꽃’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앞장서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플립의 박경돈 대표는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약자라 생각하지만, 이들도 사회에서 똑같이 경쟁해야 할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며, “플립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이 픽(pick)한 신선한 꽃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도 환경에 해가 되지 않도록 농가와 포장지 생산업체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군 장교시절 ‘청력손실’로 알게 된 청각장애인의 어려움
박경돈 대표는 군인 출신이다. 꽃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그에게 ‘꽃’ 관련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사고로부터 시작됐다.
“군에서 육군 장교로 40개월 동안 복무했습니다. 그때 불찰로 청력손실을 경험했습니다. 사격장에서 한쪽 귀의 이어플러그를 빼고 일주일 정도 생활한 탓이죠. 이명이 오고, 1~2주 정도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막상 일어나니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치료했지만, 박 대표에게 그 경험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후 청각장애인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일산의 장애인 직업개발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여성장애인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남성 수료율은 80%였던 것에 비해 여성 수료율은 2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과정의 대부분이 제조업으로 구성된 탓이었죠. 고용주도 여성장애인 취업에 대한 의지가 많이 약했고, 업무환경도 여자 화장실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는 등 여성장애인에게 열악한 곳이 많았습니다.”
현장 상황을 알게 된 그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중, 플로리스트는 청각장애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유럽과 미국에서 항상 직업만족도 10위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잘 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비장애인보다 1.2~1.5배 더 시야가 넓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들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각에 더 집중하도록 신체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시각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후천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된 한 직원은 이전보다 시각이 예민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청각장애인이 플로리스트로서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사업모델을 구상했던 초창기에는 플로리스트 중에 청각장애인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일 년에 두 번 정규 레슨을 진행함으로써 직접 양성하고, 고용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내년부터는 비장애인과 플라워숍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도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는 자체 교육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내일배움카드와 연계해 부담 없이 커리어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플립의 주력 상품은 ‘생화 정기배송서비스’이지만, 플라워 카페도 운영한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플라워 카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다양한 꽃과 식물을 감상할 수 있고, 여러 문화프로그램을 만끽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쇼룸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어 누구나 플라워 레슨을 경험할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꽃’…생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지 사용
플립이 본격적으로 생화 정기배송서비스를 시작했던 2020년은 이미 우리나라에 꽃 정기배송서비스가 활발했던 때다. 포화상태로 진입했던 시장에서 플립이 선택한 것은 차별화였다. 특히 포장에 더욱 신경을 썼다. 자연에서 태어난 꽃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때는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박 대표는 포장도 자연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많은 업체가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친환경 인증을 받은 꽃 포장지를 생산하는 업체도 없었죠. 그래서 친환경 비닐 제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수소문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동참 의사를 밝힌 업체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업계 최초로 생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죠.”
이렇게 해서 플립의 생화 포장지는 180일 이내에 생분해되는 환경부 인증 포장지를 사용하고, 박스 역시 코팅하지 않아 빠르게 분해되는 재질로 사용한다.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하면 가격이 올라갈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박 대표는 대량 생산구조를 통해 가격경쟁력까지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정기배송 소비가 늘수록 농가 상생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 수요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꽃’을 구매하는 행위는 단순히 예쁜 꽃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화훼업계에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화훼산업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성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 비수기 때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약점을 정기배송서비스를 통해 보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기배송서비스를 통해 꽃을 구매하면, 농가에 정확한 생산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또, 생산된 꽃을 가공할 때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해서 창출되죠. 소비자는 농가에서 생산된 신선한 꽃을 합리적인 가격에 받아볼 수 있고요. 즉, 소비가 늘수록 농가 상생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 안에 함께 들어오는 셈입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플립의 매출은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한 달에 정기구독 수만 2000~3000건이다.
멀리 날아가는 꽃잎처럼 ‘플립’으로 사회에 메시지 던지다
<중략>
“우리는 이익만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꽃 배송 시 꽃의 특징과 함께 한 달 동안 우리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사회공헌을 했는지 감사장이라는 엽서에 담아서 보냅니다. 비록 잘 듣진 못하지만, 꽃을 통해 삶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 대표가 회사명을 ‘플립’이라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플립은 꽃(flower)과 입술(lips)의 합성어로 꽃잎이 멀리 날아가듯, 꽃을 통해 메시지를 사회에 주고 싶다는 뜻이다. 동시에 뒤집다(flip)라는 원 단어 뜻대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문화를 뒤집고 싶다는 바람도 담겨있다.
“구매 동기가 ‘청각장애인이 한다니까 사줘야지’ 같은 연민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터 문화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점차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전히 꽃 판매율은 12월~5월에 높은데, 일상에서 꽃 소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출처: 농가·장애인과 함께 ‘꽃’보다 아름다운 얘기 전하다 - 중기이코노미 (jungg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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